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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예술

영원한 아웃사이더- 티보 칼맨(2)

by 다러블리 2022.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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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아웃사이더-

티보 칼맨 디자인의 근간을 이루는 사회주의 이념은 그의 성장 과정에서 싹을 틔었습니다. 그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자본주의의 본거지인 뉴욕으로 이주했으며, 이는 그로 하여금 언제나 아웃사이더라는 의식을 갖게 했습니다. 게다가 정식 디자인 교육을 받지 않았던 그는 디자인 계에서 언제나 이단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칼맨은 뉴욕 대학에서 저널리즘과 역사를 공부하다가 중퇴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미학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칼맨은 대형 체인 서점 '반스 앤 노블'에서 초창기부터 11년간 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 1979년 'M&Co.'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독학으로 디자인을 배워 나갔습니다. 자신이 보기에 만족스럽지 못한 작업이 많았지만, 그 시간들이 지금의 성공을 가능케 한 밑거름이 되었다고 칼맨은 회고합니다.

칼맨의 아웃사이더 성향은 여러 방면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는 자신의 회사 'M&Co.'를 위해 뉴욕에서 인류 디자인 학교를 졸업한 '아방가르드들'를 고용했습니다. 바로 스티븐 도일, 알렉스 이즐리, 에밀리 오버만, 스테판 새그마이스터 등으로 그들은 뉴욕 디자인계에서 많이 알려져 있던 훌륭한 디자이너들이었습니다. 칼맨은 디자이너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손이 가는 대로 그릴 수 있도록 자유로우면서도 강력한 체제를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의식 속으로 충분히 빠져든다면 참신하고 명쾌한 무엇인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구겨진 노란 종이가 많은 작업실이야말로 그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이지요."

칼맨은 자신이 하는 모든 작업에 대해 아내 마이라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M&Co.'의 M이 마이라를 상징한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비밀이었습니다. 그녀는 제 동업자이자 애인이며 아내입니다. 우리는 18살 이후 줄곧 같이 해온 좋은 친구입니다. 저는 그녀를 비평가로서도 훌륭하게 평가합니다. 저뿐만이 아닙니다. 'M&Co.'의 모든 직원들은 논리적인 생각들을 검증받는 방편으로 어느 정도에서 벗어난 듯한 그녀의 엉뚱한 아이디어를 기대하며 작업 결과를 보여주곤 했습니다." 칼맨은 디자이너로서는 드물게 '공격'을 생존 전략으로 택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성향과 맞는 클라이언트들을 끝까지 끈질기게 설득해서 일을 얻어냈으며, 의심할 여지가 없이 그들을 만족시켰습니다.

그의 또 다른 생존 전략은 진부함의 탈피였습니다. 가지고 있던 기존의 틀을 깨고, 늘 뭔가 다르고 새로운 것을 보여주며 '클라이언트의 클라이언트'의 눈높이를 맞춰가며 이를 풀어나갔습니다. 때로는 친근하지 않은 영역에서 일을 할 때도 그는 아웃사이더다운 도전적이고 신선한 시각을 유지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믿음을 가진 어린 10살짜리 소년처럼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디자이너가 창작할 수 있는 최고의 상태인 것 같습니다."

그를 아웃사이더로 만들었던 사회주의적 성향은 디자이너로서 그가 가졌던 직업 윤리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그는 돈을 벌기는 부자 클라이언트에게서 벌었고, 돈은 없지만 가치 있는 일을 하려는 클라이언트를 위해서는 아낌없이 그 돈을 투자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은행이나 부동산 회사 같은 부자 회사들의 브로슈어나 연감을 만들어 돈을 벌었고, 실험적인 록밴드나 공공기관의 사업 등에서는 이윤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 대신 그들은 가난한 클라이언트의 일을 통해서 'M&Co.'를 알릴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많이 기획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더욱 혁신적인 클라이언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서로 양쪽 클라이언트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데 성공한 칼맨은 1980년대 이후 베이비붐 세대들이 산업의 주인공으로 부상하자 자신의 의도를 잘 이해해 주는 세련되고 자신과 통하는 클라이언트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디자인의 발전에도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Design or Undesign-

칼맨 디자인의 주요 개념 중 하나는 '버내큘러'입니다. '버내큘러'란 앞에서 언급했듯이, 특정 문화나 지역 집단에서 사용하는 일상 언어를 의미합니다. 칼맨이 말한 '버내큘러' 디자인이라는 것은 미학적인 세련미는 조금 덜할지라도 그 나름의 인간미를 가진 주변 환경을 말합니다. 예를 들여보면, 할렘가의 식료품점 간판이라든가 얼음 배달 트럭의 외관을 장식한 그림처럼 조금은 조악하지만 고민의 흔적이 역력한 비주얼을 가리킵니다. 칼맨은 기존 디자이너들에게 있는 거만한 이론과 멋을 잔뜩 부린 듯한 엘리트주의를 비꼬며, 이른바 '비디자인'이라는 형태로 '버내큘러' 디자인을 실천하려 했습니다. 칼맨은 보기에 예쁘고 완벽한 것보다는 다소 서툴더라도 느껴지는 인간미가 깃든 것에 더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는 몽타주 기법과 적당한 유머를 조화시켜 익숙함과 모호함 사이에서 관객들의 건전한 호기심이 발동하게끔 했습니다. 잘난 척하지 않는 도구와 미완의 요소를 조합함으로써 관객이 스스로 메시지를 완성하도록 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정규 교육조차 받지 못한 괴짜 디자이너가 기존 디자인의 대전제를 흔드는 논리로 점점 수면 위에 떠오르자 그래픽 디자인 계에서 그를 적대시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편 계속)

 

 

 

 

 

 

 

 

 

 

(출처- 이원제, 티보 칼맨 디자인으로 세상을 발가벗기다, 디자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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